엄마, 러너, 작가, 파이터, 챔피언, 고발자, 대변인, 영웅으로 불리는 엘리샤 몬타뇨

기사작성 : 2020-12-15 14:40

<러너스월드>와 엘리샤 몬타뇨는 러닝 세계의 흑인 혐오와 여성이 엄마 역할과 커리어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때 어떤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되는지에 대해 앨리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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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러너, 엄마, 작가, 파이터 챔피언, 고발자, 영웅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엘리샤 몬탸뇨는 지난해 어머니의 날, 스포츠 기업들이 소속 프로 선수들에게 턱없이 부족한 모성보호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논평을 <뉴욕타임즈>의 논평에서 낱낱이 밝혔고, <러너스월드>는 러닝 세계의 흑인 혐오 인종주의와 차별과 여성이 엄마 역할과 커리어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때 어떤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되는지에 대해 앨리샤와 진솔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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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러너스월드>(이하 RW): 프로 선수들이 마음 편히 엄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노력해왔다. 이전부터 사회활동가적인 성향이 있었는지?

앨리샤 몬타뇨(이하 AM): 활동가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다. 나는 여성이다. 흑인 여성이자 흑인 엄마다. 개인으로서의 나는 정말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살았다. 사회활동은 그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소외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사회활동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내 운명을 타인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다.

RW: 2014년, 임신 8개월 차에 ‘USA 트랙 앤 필드 아웃도어 챔피언십’ 800m 경주에 참가했다. 어떤 의도였나?

AM: 임신은 질병이 아니다. 달릴 수 있는 정도의 컨디션이었다. 커리어를 그만둘 정도로 심하게 힘들지도 않았다. 임신했으니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이고 저런, 네 삶은 이제 끝났어”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 말에 100% 반대한다. 나는 가족이 생긴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때는 “나 아직 죽지 않았어!” 하는 느낌으로 달렸다. 이것이 바로 달리기를 직업으로 삼은 여성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임신한 사람이 운동하는 모습이다. 여성들이여, 우리는 할 수 있다.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RW: 2019년에 <뉴욕타임즈> 비디오 논평 ‘나이키, 엄마가 된 여성 선수들은 왜 꿈을 펼칠 수 없는가(원제: Nike Told Me to Dream Crazy, Until I Wanted a Baby, 나이키는 미친 듯이 꿈을 펼치라고 했다. 엄마가 되기 전까지만.)’를 발표하면서 프로 선수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엄마들을 위한 지원책이나 모성보호제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나이키와 아식스를 지목했다. 이 폭로 덕분에 #DreamMaternity 소셜미디어 해시태그 캠페인에 불이 붙었다. 당신이 말한 진실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드는가?

AM: 여성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거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받는다.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한다.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이 장애물을 맞닥뜨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면 사람들은 그 목소리를 그저핑계로 치부한다. 비슷한 문제를 경험하고 부당함을 느낀 여성들이 모든 직업군에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덕에 나는 #DreamMaternity 해시태그 운동을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더 큰 파장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더’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 힘을 모으거나 후원자를 모집해서 여성이 엄마로서 그리고 직업인으로서 성공하는 데 필요로 하는 일들을 시도하려고 생각 중이다. 예를 들면 트랙 위 보육 시설이나 자녀 돌봄 시스템 같은 것. 프로 골프 LPGA 토너먼트를 보면 여성이 시합에 출전할 때 아이를 돌봐줄 작은 시설이 장내에 마련돼 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일들을 시작했으면 한다. 올해 초 미국 여자 프로농구팀이 단체 협약을 통해 얻어낸 것들이 좋은 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요구를 했다. 아기가 머물 방을 제공해달라. 비행기 탈 때 아기랑 같이 갈 수 있게 해달라. 일도 잘하고 엄마 역할도 잘 하려면 그 외에도 이런저런 것들이 필요하니 마련해 달라. 스포츠야말로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의 축소판이므로, 일단 우리는 스포츠 분야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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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W: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살해사건과 그에 뒤따른 시위가 확산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흑인 혐오 인종주의의 현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러너스월드> 표지에 흑인 모델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했는데, 그 점에 대해 조금 더 말해달라.

AM: 흑인이 등장하지 않는 매체들은 어디에나 있다. 거의 모든 것이 그렇다. 문학, 역사책, 아이들이 보는 만화나 TV 프로그램. 무엇 하나 그렇지 않은 것이 없다. 왜 나는 이 세상에 속할 수 없는가? 왜 나는 리더가 될 수 없는가? 왜 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없는가? 나는 2008년에 프로 선수가 됐다. 당시 계약서에 <러너스월드> 표지 인물로 선정되면 급여를 올리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러너스월드>에서 마지막으로 흑인이 나온 적이 언제였는지 영 기억이 안 나는데요. 계약서의 이 부분은 좀 바꾸는 게 좋겠어요. 흑인 잡지 <에보니(Ebony)> 표지 모델이 되는 건 어때요?”(웃음) 페이지 안쪽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게 웬일이야. 러너들의 세상이라더니 왜 나는 그 속에 없지? 진정한 러너들의 세상이라는 게 대체 뭐길래? 백인만 들어갈 수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을 몇 년이고 반복하다 보면 결국 두 번 다시 <러너스월드>를 보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내용도 마찬가지다. 헤어 제품에 대한 페이지를 읽고 있자면 왜 흑인들이 러닝이나 운동을 할 때 머리를 관리하는 법이나 흑인들을 위한 헤어 케어 제품 등은 다루지 않는지 의문이 든다.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 <러너스월드>에는 이 주제에 대해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전혀 없고, 우리 흑인들에게는 이 ‘러너들의 세상’에 속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뿐이었다. 나는 엄마고, 내 시선은 딸아이에게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나에 대한 미디어 정보와, 딸아이가 아이 스스로에 대해서 보게 될 정보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됐다. 나는 내 딸에게 알려주고 싶다. 너는 가치 있는 사람이고, 크게 될 사람이라고.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정말로, 진심으로. 흑인이 등장하는 미디어 매체들을 여기저기 뒤져가며 아이에게 보여줄 만한 것을 찾곤 한다. 우주비행사, 변호사, 의사, 가수, 그리고 러너, 무엇이든 좋다. 여기에 엄마도 나왔으니 자세히 보렴. 너는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란다. 미디어에 나오지는 않지만,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단다. 그래서 나는 <러너스월드>를 구독하지 않는다. 딸아이도 내가 보는 잡지를 똑같이 볼 것이 아닌가. 무엇이든 원하는 일을 하라고 아이에게 실컷 얘기했는데, 아이가 앨리샤 몬타뇨가 등장하지 않는 <러너스월드>를 읽거나 대중매체를 보다가 “엄마, 왜 우리처럼 생긴 사람은 하나도 안 나와요?”라고 질문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RW: 엄마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AM: 그렇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얼마 전 팟캐스트 채널 ‘키핑 트랙(Keeping Track)’을 시작했다. 여성들의 이야기, 특히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공동 진행자인 몰리 허들(Molly Huddle)과 <러너스월드> 표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내용이 점점 깊어지면서 우리는 프랜신 대럭(Francine Darroch)에게 연락을 취했다. 통계학자인 그는 <러너스월드> 표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난 십 년 동안 <러너스월드> 표지에 등장한 흑인, 원주민, 유색인종(BIPOC, Black, Indigenous, or People Of Color, 백인을 제외한 모든 인종을 통칭한다.ㅡ옮긴이)의 비율은 단 14.8%에 불과했다. 우리는 이 숫자를 공개하면서 <러너스월드> 표지를 한데 모아 올렸다. <러너스월드>가 ‘지금 하려고 했다’며 미적거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좀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이 과정도 변화의 일부다.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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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흑인에게도 존중받을 권리와 얼굴을 드러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하지 않게 됐는지를.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일수도 있는 엘리샤 몬탸뇨의 이 인터뷰 전문은 <러너스월드> 10월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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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니콜 블레이즈(NICOLE BLADES)

<러너스월드> 미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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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20년 12월호


-특집 PROJECT! 올겨울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자
-<러너스월드> 편집부가 뽑은 2020 최고의 러닝 기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러너, D라인 러너! 임신 중 달려도 괜찮을까?
-달리기를 쉬자, 러닝화를 잠시 넣어두고 싶은 마음을 용서하자
-인종 간 분열이 극심한 밀워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함께해서 배불렀습니다" | 원주 '배부른산'과 트레일러닝팀 'K.M.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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