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꿈꾸고 장규하라!

기사작성 : 2020-06-25 14:38

이장규, Nike Product Engineer (Footwear) 는 달리다가 새로운 풍경을 봤고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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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가을, 나는 NRC SEOUL 코치를 맡았다. NRC 론칭을 준비하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바로 함께 달릴 페이서(Pacer)를 뽑는 것 이었다. ‘페이서는 코치의 거울이다’ 라는 말을 새기며 눈여겨봤던 러너들을 떠올렸다. 그 중에서도 나는 이장규를 빼 놓을 수 없었다. 나는 그를 PRRC 그룹 런에서 처음 봤다. 그는 달리기에 열정적이고 성실했고, 조용히 다른 사람들을 챙겨주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달리기를 사랑하고 즐기는 듯 했다. 우직했고, 가볍지 않은 사람이라고 여겼다. 나는 그에게 페이서를 제안했고 그도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우리팀에서 내가 믿고 의지할 만한 든든한 반장이 되어주었다. 어느날, 세션을 마치고 가볍게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그가 재밌는 말을 했다.

부산에 나이키 신발을 만드는 공장이 있어요, 저는 나이키 본사에 입사해서 그곳에서 신발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는 몇 달이 지나 그는 ‘진짜’ 포틀랜드로 떠났다. 작년 11월, 신발 엔지니어 이장규를 부산에서 다시 만났다. 그동안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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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런 결심을 했어도 지금까지 해왔던 걸 놓고 새로 시작한다는 게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실행으로 옮긴걸까요?

저는 신발 컬렉터를 했을 정도로 신발을 좋아했어요. 신발의 구조가 특이하거나 새로운 기술이 들어가거나 신발을 만드는데 있는 과정이 독특한 신발들이 좋았죠. 자연스럽게 신발과 관련된 사이트를 매일 보게 되었는데 미국의 유명 스니커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오레곤 대학교 스포츠 제품 경영 석사 과정(University of Oregon Sports Product Management)’ 홍보 기사들을 보게 되었어요. 그때 처음 정보를 알게 되었는데 부모님께 말씀드릴 엄두가 안 났죠. 이후 취업에 계속 실패하다 보니 부모님께서 오히려 유학을 권하셨어요. 영어라도 배우라는 마음으로요. 하지만 저는 목적없이 가고 싶진 않았죠. 그때 다시 오레곤 대학의 광고가 생각났고, 단순히 학위를 취득하는게 아니라 취업연계까지 된다고 하니 확신이 들었어요. 부모님께 조심스레 말씀드리니 생각보다 호의적이셨어요. 목표가 생겼고, 제게 있어 부모님이라는 가장 큰 장애물을 넘었으니, 뒤도 안 돌아보고 나아갔어요.

신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나요?

사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못했어요. ‘일단 가자. 가서 비벼 보자’ 라는 생각으로 일단 영어 시험을 준비했죠. GMAT 과 TOEFL 그리고 영어 면접 준비를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어떻게 뽑혔는지 신기할 정도인데, 아마 열정이 가장 돋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그럼 오래곤 대학의 입학을 위해 어떤걸 준비했나요? 만약 지금 누군가 입학을 준비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대학원에 지원하기 위한 과정을 똑같이 거쳤어요, 영어는 기본이고, 저는 인터뷰 및 에세이에 제 경험을 최대한 담아 냈어요. 스포츠 제품에 대한 열정과 관심, 스포츠로 인한 삶의 변화 그리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 제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입학하고 느낀 건, 여기 있는 모두가 처음부터 이 학과를 바라보고 달려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거예요. 한 명 한 명 모두가 드라마틱한 결정을 통해 들어오게 되었죠. 그렇기에 모두 열정이 대단했어요.

UO SPM (University of Oregon Sports Product Management)과정에서 무엇을 배우나요?

1년 6개월동안 6학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스포츠 제품이 세상에 나오게 되는 그 과정 그대로 수업과 팀 플레이를 통해 밟아 나가게 디자인되어있죠. 전략 세우기(Strategy), 아이디어 짜기(Ideation), 실행하기(Execution), 인턴십과정(Internship), 국제화 과정(International), 졸업 프로젝트(Project)의 과정들을 거치게 되요. 두번의 해외 경험(유럽, 아시아)과 여름 인턴십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꽉 찬 일정이예요.

그렇게 바쁜 중에도 나이키 본사 인턴에 지원하고 합격했다고 들었어요. 인턴 지원했던 방법과 선발 과정이 궁금해요. 한국처럼 인성검사 같은 것도 있나요?

미국 대부분의 회사들은 인성검사를 거치지 않아요. 나이키도 마찬가지 였구요. 운이 좋았던건지, 저희 학교 프로그램을 위해 인턴쉽 전형이 따로 진행되었어요. 정원 50명중에 4명을 뽑았고, 제가 유일한 외국인이었죠. 처음부터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영어로 이 친구들을 이길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반대로 한국인으로서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어필했어요. 저만의 장점으로 경쟁했고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죠.

그럼 이장규가 가진 장점, 경쟁하는데 가장 중요했던 것이 무엇이었어요?

다양하게 준비를 했어요. 기본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자리에 대한 이해도를 심도 있게 연구했고, 기업의 현재 상황에 맞는 대책 등을 준비하기도 하구요. 가장 중점을 두었던건 바로 자기 PR이었어요. 다른사람들은 다 이력서만 들고 왔는데 저는 아주 큰 봉지에 제가 만든 신발 샘플들을 다 가져가서 보여 드리고 설명했죠. 여기서 신발에 대한 제 열정을 높이 산 것 같아요. 신발에 대한 해박한 지식보다는 ‘이 친구 정말 신발을 좋아하는구나’ 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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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PRRC에서 장규씨를 처음 만났을 때, 열혈 러너였던 기억이 나요. 사실 러닝이 이 모든것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언제 러닝을 처음 시작한 거죠?

러닝을 처음 시작하게 된건 2009년 군복무 시절 나이키 휴먼레이스를 신청하면서부터 였어요. 레이스를 등록하고 휴가를 낸 뒤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왔죠. 생애 첫 레이스였어요. 59분의 기록으로 꽤 힘들게 완주했지만, 많은 사람들과 달리니 기분이 너무 좋더라구요. 그래서 일년에 한번 나이키 대회를 꼭 나가자! 라는 목표가 생겼죠. 부대에서 혼자 달리기도 하고, 제대 후에도 혼자 달렸어요. 그러다 PRRC(Private Road Running Club)를 알게 되었죠.

PRRC그룹 런에 거의 빠지지 않은 데다 리딩을 맡아서 했었죠?

네. 사실 그때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였어요.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느꼈을 테지만 기대했던 것에 대한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었어요. 스스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일상을 즐겁게 보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기였죠. 그때 러닝이 제 유일한 숨통이 였고 그래서 더 계속 달리고 싶었어요. 그룹런에 매주 참석하다 보니 코스를 잘 알았고, 앞에서 길을 안내한다는 마음으로 리딩을 맡게 되었죠. 크루원들도 절 믿고 잘 따라와주었어요.

묵묵히 그룹을 이끄는 모습이 제게도 인상적이었어요. NRC 페이서로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을땐 어땠나요?

영광이었죠. 무한한 영광이었어요. 사실 미국에서 NRC(Nike Run Club)가 진행되고 있는걸 알고 있었고, 한국에서도 시작될 거라는 것을 예상 만 하고 있었으니까요. 제안을 받고 나서 고민을 많이했어요. 아무리 그룹 런에서 리딩을 많이 했다고 해도 나는 일반인인데, 선수 출신의 페이서들과 함께 했을 때 내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제가 가진 장점을 총 동원했죠. 단순히 페이스를 맞춰주는 페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러닝에 푹 빠지게 도움을 주고 싶었고 러너로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서 대화를 많이 하고 싶었어요.


“나이키 부산지사에서 일하고 싶다.” 라고 말한 뒤 꿈꾸던 그 자리에 서게 되었어요. 꿈을 이루는데 있어 가장 중요했던 건 무엇 일까요?

꿈을 이루기 까지2년 반이라는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다이나믹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할 정도로 많은 것을 경험했어요. 이 모든 걸 시작하는데 있어 앞서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 저 역시 모든 걸 내려놓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 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려고 했던 자세가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저에게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어요.

나이키 엔지니어로 어떤 일을 하나요?

나이키는 최고의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개발자, 테스터,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수 많은 파트너들이 함께 노력하고 연구해요. 저는 그 중 새로운 수준의 신발을 개발하는데 있어 최고의 품질과 기술을 연구하고 적용하는데 일조합니다. 제가 신발을 수집하고 좋아하게 된 계기가 신발 한 켤레에 들어가는 수 많은 기술력과 구조에 매료 되면서부터 였는데, 지금은 선수(Athlete*)를 위한 기술과 신발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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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의 구조를 잘 아는 엔지니어로서 러너가 신발을 고를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누구에게나 최고의 신발은 모두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신발의 구조는 생각보다 많이 복잡하고, 러너의 발과 달리기 자세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지금 이 시대의 모든 신발은 모두 같은 라스트(신발을 만들때 쓰는 기본 틀/발 모형)를 쓰고 있지 않아요. 회사마다, 각각의 제품에도 다른 라스트를 쓰죠. 그렇게 때문에 하나의 정답은 없지만 추천하는 방법이 있어요. 저는 많은 종류의 신발을 신어보고 움직여보고 결정합니다. 먼저 본인이 발 모양에 가장 적합한 핏을 찾는게 중요해요. 발목의 높이는 맞는지, 발가락이 구부러지는 부분이 신발과 잘 매칭이 되는지. 발을 삼등분 했을 때 특별히 더 불편한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하는거죠. 즉, 본인이 직접 신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어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러닝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신발을 신는 것도 좋아요. 한가지 신발을 오래 신는 것이 발에 익숙해지기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신발을 바꿔가며 달리는 것 또한 발의 다양한 근육을 단련시켜 주기도 합니다. 러닝화를 오래 신을 수 있는 팁이기도 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죠. 지금 이순간, 앞선 걱정으로 도전을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THERE IS NO FINISH LINE’


나이키를 대표하는 문구 중 하나죠. 전 이 문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말 그대로 인생은 ‘결승선’ 이라는 게 없어요. 이제까지 해온 게 아깝다는 생각에 다른 곳에 눈을 떼기 어려울 수 있죠. 그럼 이제 앞으로 살아갈 시간들을 생각해보세요. ‘오직 나만이 만들어 갈 수 있는 내 미래를 더 나은모습으로 살아가자.’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선택이 조금 더 쉬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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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김윤희

<러너스월드 코리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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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20 10월호


여덜 개 호텔에서 쉬며 달렸다. 러너이자 작가들의 定住(정주)와 力走(역주).
러닝이 무릎을 망친다고? 진실을 파헤쳐 보자. 무릎을 망치는건 러닝이 아니야!
코로나 시대의 달리기 동기부여법. 우리가 '왜 달리는지'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이다.
신으면 "와!"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러닝화 , 수피어, RO-70, Goov-001.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장대 높이뛰기 진민섭과 높이뛰기 우상혁의 브라더 후드.
러너와 따릉이 중 누가 더 빠를까? 오르막 성지 북악에서 열린 힐 클라임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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