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깨고 싶어요

기사작성 : 2019-04-12 12:38

24세의 이 소녀는 달리기 밖에 모른다. 달리기로 자신의 한계를 넘으면서 기록을 깨는 걸 게임처럼 즐긴다.

본문


지난해 조하림 선수는 3000m SC(장애물, Steeplechase)에서 두 번의 한국 신기록을 경신했다.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 번, 전국체전에서 한 번. 기록 가뭄에 시달리던 한국 육상계에 단비가 내렸다.


작년에 두 번이나 한국 신기록을 경신했어요. ‘2018년은 나의 해’라고 느꼈을 법한데요?
에이,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저보다 더 잘한 선수들도 있는데요, 뭘.

여자 3000m SC 기존 기록에서 10년 만에 7초를 앞당겼고, 이어서 자신의 기록을 또 6초 줄였어요. 비결이 있을까요?
정말 열심히 훈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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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의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되죠?
뛰다가 죽을 것 같았어요. 그걸 참고 계속 달렸죠. 코치, 감독님한테 욕먹어도 뛰고, 남자 선수들을 따라 뛰고, 혼자서도 계속 달리고. 한 시간에서 한 시간 삼십 분 정도를 하루에 두 번, 엄청나게 빨리 달리는 훈련에 집중했어요. 그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빠르게 뛸 때 페이스가 어느 정도였어요?
1시간에 16km쯤 뛰었으니까, 3분 30초에서 3분 40초 정도 되겠네요.

훈련 말고, 기록을 낼 수 있었던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 같은 게 있을까요?
허들링 자세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때 감독님이 굉장히 열정적이셨는데, 어느 날 키가 작은 저에게 허들을 쉽게 넘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그게 제가 가진 무기이지 않을까 싶어요. 예를 들면 허들을 밟고 넘어가는 기술 같은 거요.

허들을 그냥 넘는 게 아니라 밟고 넘는다고요?
네, 우리나라 여자 일반부 3000m 장애물 선수들은 총 약 열다섯 명 정도 돼요. 모두 허들을 밟고 넘어요. 그러니까 허들을 발디딤용을 쓰는 게 아니라 발을 스치면서 몸을 밀어내는 용도로 쓰는 거죠. 이렇게 하면 적어도 허들이 장애물이 되지는 않아요.

훈련량이 많아도,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몸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가 없다면 소용이 없을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열심히 훈련했죠?
기록을 깨고 싶었어요. 개인 기록은 물론이고 한국 기록까지도요. 진짜로 깨고 싶었어요. 저는 대회 때 성적이 특히 좋지 않았어요. 연습할 때는 아니었거든요. 기록이 좋았죠. 그래서 약이 올랐어요. 또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게을리하진 않았어요. 모든 해마다 열심히 훈련했죠. 다행히 작년에는 부상을 입지 않았는데, 몸 상태가 좋았던 게 기록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해요. 작년에는 정말 모든 게 잘 맞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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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도 잘 달렸나요? 언제부터 육상선수 생활을 했죠?
고향이 경남 고성인데 학교가 작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학교 체육 대회에 나가면 늘 1등을 했어요. 남자애들도 곧잘 이겼고요. 어느 날 줄넘기대회에 나갔다가 육상부 선생님 눈에 띄어서 선수가 됐죠.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요. 단거리로 시작했어요. 100m, 80m요. 그런데 키가 작아서 단거리에 불리하더라고요. 초등학교 6학년 이후부터 중장거리로 바꿨고요. 어렸을 때는 그저 달리는 게 좋았는데, 크면서 성적을 내면서 더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운동을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있었죠?
당연하죠. 수도 없이 많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적이 많았어요. 운동이 지겨울 때도 있었고요. 고등학교 때 감독님이 ‘네가 가진 재능이 아깝다’면서 위로해 준 적이 있었는데요,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지금 본인이 선수 생활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게 있을까요?
놀고 싶은 마음이요. 저는 아직 어려요. 그만 훈련하고 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술 마시면서 여러 사람이랑 얘기하는 거, 그게 제일 재미있어요. 취하면 신나요. 그런데 술 마시면 근육이 빠진다고 하니까 마음 놓고 그러지 못해요.

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지금 제 주변의 보통 20대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편의점 같은 데서요. 육상선수가 아니었다면 아마 어떤 목표나 꿈 같은 것도 없었을 거예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실업팀으로 간 거죠? 대학교 생활을 하고 싶었을 텐데요.
여자 육상부가 있는 대학교는 많이 없어요. 그래서 저처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자 육상선수들은 지역팀으로 가거나 실업팀으로 가요. 처음엔 대학생들이 부러웠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만약 지금 대학교에 갈 수 있다고 해도 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쭉 청주시청 소속이었어요. 그런데 왜 갑자기 경주시청으로 팀을 바꾼 거죠?
청주시청에서는 4년 동안 있었어요. 그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주변 사람들은 ‘청주와 잘 맞아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게 아니냐’라고 하는데 저한테는 아니었어요. 당시의 모든 게 힘들었어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좀 곤란해요. 팀과 제 성격이 잘 맞지 않았죠. 아니, 청주라는 지역하고 저하고 잘 안 맞았나 봐요. 지금은 마음이 무척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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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조하림 선수를 설레게 한 게 있나요?
곧 있을 제주도 전지훈련이요. 매번 서귀포로 갔었는데 이번에는 신제주로 간대요. 새로운 곳에서 훈련을 하는 게 어떨지 기대가 돼요.

전지훈련이 끝나면 다음은 뭘 하죠?
동계훈련 때는 주로 오래 뛰는 걸 많이 해요. 하루에 30~40km 정도 장거리를 달리죠. 체력을 쌓는 훈련이에요. 전지훈련이 끝나면 트랙에서 스피드 훈련에 들어가고요.

목표는 뭔가요?
9분대에 들어가는 거요. 지금 3000m SC 세계 기록은 8분 후반대예요. 이 기록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가고 싶어요. 그래서 한국 육상 장애물 하면 누구나 ‘조하림’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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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윤성중

<러너스월드 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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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19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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