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니시라인으로 가는 꿈

기사작성 : 2017-12-14 18:23

이건 엘리트 러너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러너 4명이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4명의 러너들이 '2017 뉴욕 마라톤'에 출전했다.

본문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열심히 훈련했으니까 분명 SUB-3를 할 거다!" 뉴발란스 Team NBx 러너인 김종섭은 '뉴욕 마라톤'을 달리기 전날에 이렇게 말했다.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김종섭을 비롯한 김은섭과 이상흥 그리고 최수지는 11월 5일에 열린 '뉴욕 마라톤'에 출전했다. Team NBx는 뉴발란스의 러닝 크루로, 2017년 3월 18일부터 시작됐다. 24명의 러너들과 2명의 코치가 11월 5일에 열리는 '뉴욕 마라톤'과 '중앙 서울 마라톤'을 위해 훈련했다. Team NBx 러너들 중 선발된 2명은 '뉴욕 마라톤'에 출전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7월 13일 목동 종합운동장에서 뉴발란스는 일반 러너들 중 뛰어난 러너 2명을 추가로 선발했고, 그들에게도 '뉴욕 마라톤' 출전권을 주었다. 이렇게 김종섭과 김은섭, 이상흥 그리고 최수지가 만났다.

‘뉴욕 마라톤’에 출전한 4명의 러너는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김종섭은 생애 첫 ‘SUB-3’를 ‘뉴욕 마라톤’에서 이루고 싶었다. 이상흥은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싶었다. 그가 목표로 삼았던 기록은 2시간 39분대였다. 최수지는 ‘뉴욕 마라톤’을 완주하는 순간까지 웃으며 달리고 싶었다. ‘SUB-4’를 목표로 쉼없이 달릴 예정이었다. 아마추어 선수였던 김은섭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싶었다. 김은섭은 2시간 39분대에 들어오길 원했다. 누군가는 목표를 이뤘고, 누군가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는 이들을 보고 성공과 실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42.195km를 혼자 싸워 이긴 그 순간, 모두가 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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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전, 설레임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의 김종섭(왼쪽)과 최수지(오른쪽)



무덥던 지난여름에도, 비가 내리던 가을에도 그들은 쉬지 않았다. 뉴발란스는 러너들이 한걸음 더, 1km 더 뛸 수 있도록 도왔다. Team NBx 코치인 최재빈 코치와 장호준 코치가 러너들을 훈련시켰다. Team NBx 러너들은 매달 새로운 미션을 받았다. ‘대회 마지막 1km를 최대한 빨리 달리기’, ‘14일 중 13일이상 조금이라도 달리기’, ‘30km거리주’등이 그것이다. 그중 가장 어려웠던 훈련은 30km를 트랙 위에서 달리는 것이었다. 400m 트랙을 75바퀴 돌았다. 자신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김종섭과 김은섭, 이상흥 그리고 최수지는 11월 2일에 뉴욕에 도착했고, 다음날 아침부터 현지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11월 4일 오전에는 '애보트 대시 투 더 피니시 라인 5K 대회'에 참가했다. 이 대회는 '뉴욕 마라톤'을 참가하지 않아도, 대회의 결승선을 밟을 수 있도록 만든 대회다. 러너들은 UN본부에서 시작해 센트럴 파크에 있는 결승선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달렸다. 4명의 Team NBx 러너들은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오후에는 '뉴욕 마라톤'엑스포로 향했다. 그곳에서 배번표를 받았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마침내, '뉴욕 마라톤'이 열리는 당일이 되었다. 새벽부터 출발선으로 향하는 러너들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몇 달 간의 훈련을 보여주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날씨 예보에서는 비가 내릴 것이라고 했다. "마라톤 뛰기 좋은 날씨다. 덥지 않고 햇빛도 적어서 좋다. 기록이 잘 나올 것 같다." 러너 최수지는 출발선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올라타며 말했다. 그녀는 달리기 전에 '뉴욕 마라톤'에 출전하는 것이 꿈만 같다고 했다. 최수지는 Team NBx에 합류해 많은 훈련을 견뎌냈다. 그녀는 자신과의 싸움을 해왔다. 그리고 드디어 기량을 발휘할 순간이 온 것이었다. 그녀의 눈을 보는 순간, 그녀의 떨림이 온전히 나에게 전달됐다. 그리고 최수지는 결국 3시간 30분 10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목표보다 빠른 기록이었다. 그간의 모든 노력이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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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결승선을 밟는 김은섭



비는 출발을 알리는 대포가 울리기 전부터 내렸다. 코스는 시작부터 어려웠다. 출발선부터 베라자노내로스 다리를 올라가는 내내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이 난코스를 거쳐 20km 지점을 지났을 때, 김은섭은 팔이 저리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는 메디컬 텐트로 들어갔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점차 고통은 다리까지 퍼졌다. 더 나아갈 수 없어, 김은섭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누웠다. 온갖 생각들이 스쳤다.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10분쯤이 지나고 그는 다시 일어났다. 천천히 스트레칭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 후 다시 내달아 결승선을 통과했다.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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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을 통과한 김종섭이 태극기를 꺼내들었다.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태극기가 휘날렸다. 김종섭은 6년 동안 달렸다. 그는 달릴 때마다 목표를 정했다. 김종섭은 ‘뉴욕 마라톤’에서 ‘SUB-3’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이날을 위해 매주 2번~3번씩 10~15km를 뛰었다. 김종섭은 두 번째 출발 그룹에 서있었다. 5km를 채 지나기 전에 먼저 출발한 러너들이 그의 앞에 있었다. 그는 그때부터 30km지점까지 많은 러너들을 제쳤다. 그는 결승선을 3시간 3분 18초에 통과했다. 하지만 들어오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평소와 달리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레이스 도중에 먹은 에너지 젤 때문이었다. 소화되지 않은 에너지 젤은 오히려 그의 힘을 빼앗았다. 아쉬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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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들 사이에서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려나가는 이상흥



이상흥은 Team NBx 러너 중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2시간 46분 05였고, 이 기록은 그의 최고 기록이다. 그는 13년간 달리기를 했다. 그리고 다른 러너들에 비해 늦게 Team NBx에 합류해 ‘뉴욕 마라톤’을 달릴 기회를 얻었다. 그에게 ‘뉴욕 마라톤’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했지만 다른 이들에게 그의 러닝 실력을 입증할 기회이기도 했다. 마라톤 경험이 많은 이상흥에게도 시련은 왔다. 마라토너들이 힘들어하는 35km 구간부터는 오르막길의 경사가 더 심해졌다. 하지만 이상흥은 멈추지 않았다.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했고,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있는 힘껏 달렸다. 그는 결승선을 통과한 후, 바닥에 쓰러졌다. 정신을 겨우 차리고 일어나 뉴발란스 텐트로 이동했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이상흥은 주변의 도움으로 메디컬 센터로 옮겨졌다. 한참 후에야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도전은 어렵다. 한 개의 고비만 넘기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나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눈앞에 놓여있다. 점점 더 힘들어질 뿐이다. 도와주는 이가 옆에 없었다면 고통은 배가 됐을 것이다. 다행히 Team NBx 러너들의 곁에는 뉴발란스가 있었다. 뉴발란스는 러너들이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러너들이 한계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었다. 도전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승리는 그 다음에 있다. 다시 일어나 달리는가, 아닌가다. Team NBx 러너들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달렸다. 힘든 순간에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의 ‘뉴욕 마라톤’도전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운 목표로 또다시 달릴 거다. 올해 시작된 Team NBx가 그랬고, 앞으로 계속될 그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넘어져도, 도전이 실패로 끝나도 다시 달리는 것. 그것이 Team NBx이야기의 끝이다.





사진=김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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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김지혜

<러너스월드 코리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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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18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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